2013년 5월 20일 월요일
민현숙의 ´달팽이가 말했어´ 외
<달팽이 동시 모음> 민현숙의 ´달팽이가 말했어´ 외
+ 달팽이가 말했어
집을 지고 다닌다고?
아니야, 난 지금
부릉부릉 차를 몰고 가는 거야.
내 차는 캠핑카거든.
걸음이 느리다고?
아니야, 난 지금
둘레둘레 세상 구경하느라 그런 거야
난 여행을 무척 좋아하거든.
(민현숙·아동문학가)
+ 달팽이·2
색시 달팽이가
방귀 뀌어 놓고
누가 보았을까봐
누가 들었을까봐
모가지 기다랗게 늘이고는
요리조리 살피다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속에 쏘옥 들어가 잔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달팽이 손님
부추 단에서 떨어진
달팽이 여섯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시라, 했더니
밤새 무청 한 줄기
뚝딱 삼키고는
꼬불꼬불 초록 똥
듬뿍 내놓았다
가고 싶은 데로 가시라
풀밭에 내려놓으니
까닥까닥 인사한다
풀잎처럼 상쾌하다
돌아서는 발걸음
(유은경·아동문학가)
+ 달팽이
-엄마, 달팽이 봐
-나, 바빠
-엄마, 달팽이가 움직여
-나, 바쁘다니까
-엄마, 달팽이 뿔 좀봐
쪼그만 안테나 같애
-귀찮게 굴지마렴. 제발
아, 달팽이
아, 아깝다
엄마도 달팽이를 보면
좋아할 텐데...
어른들은 왜 항상 바쁠까?
(이준관·시인, 1949-)
+ 달팽이·1
비가 온다
봄비다
우산도 없이
한참 길을 걷는다
뒤에서 누가
말없이
우산을 받쳐준다
문득 뒤돌아보니
달팽이다.
(정호승·시인, 1950-)
+ 달팽이
갑니다
나의 길을
꾸준히
천천히
가다가
지치면
잠시 멈추어
´힘내자´
다짐하며
더듬이 길게 뽑아
들어 보이는
승리의
브이(v)
갈 길 멀어도
꾸준히
갑니다
나의 길을
(남촌·아동문학가)
+ 정말 걱정되는 것
느림보 달팽이라
놀리지 마.
먹이 찾아
한나절 걸려도
오솔길 너머 구슬냉이밭으로
가고야 마는 걸
어둠밭에 피어난
별꽃과 얘기하러
온종일 걸려
나뭇가지에도 올라가는걸
정말로 걱정되는 건
날개가 있는데도
날려하지 않는
타조, 너야.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산토끼랑 달팽이랑
허둥지둥
언덕길 뛰어가던
산토끼가 글쎄
달팽이 보고 혀를 찼대.
너처럼 느릿느릿 가다간
언덕 너머 산비탈 뒤덮은
진달래꽃 잔치 못 보겠다.
달팽이도 글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대!
너처럼 빨리빨리 가다간
제비꽃 깽깽이풀 얼레지 족두리풀 매미꽃 봄까치꽃 애기풀 들바람꽃……
언덕길 따라 줄줄이 핀
풀꽃 잔치 하나도 못 보겠다.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오세영의 ´8월의 시´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