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당신의 그물에도 나는 바람입니다 -한유진-

삶 속에 채 알지 못하던 길
놓여진 것이라 하염 걸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하나요?
비탈, 하필 걸음 절룩일 때
시작되어 아직은 듬성듬성 그물같은
인연을 짰을 뿐인가 보아요.
그나마 이어지고 매듭이 묶여
갈수록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바람은 가두어 둘 수 없었습니다.
붙들지 않는 거라 속으로 되뇌여
붙들 수 없는 것들을 바람이라고
生을 깁는 동안 결국
욕심을 풀어 낸 모진 약속만
그물매듭의 끄트머리에 겨우 끌려갑니다.
그 날
한번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자를 들고 서
당신의 심장이 아니면 영원히 꺼낼 수 없는
행복을 잠가 버렸습니다.
빛 들지 않는 곳에서 더 이상 겸손은 잊습니다.
견고하게 굳어 가는 살
세월의 무게가 떨어뜨린 씨앗이 되어 줄 터
나는 바람 한 톨 안지 못하고도
그물처럼 온 삶을 나부끼고 있겠습니다.

당신의 그물에도 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