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소나무

그대는 아는가
굳이 양지쪽이 아닌 온기를 면할
그 만큼의 따사로움이
전신을 휘감으면
영락없이 또 다른 색깔로 피어나
셀 수 없을 만큼 허물 벗는
그리하여 나를 괴롭히는 것이
그대인 것을

그대는 아는가
수많은 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불덩이보다 더 뜨거운 가슴
삭이고 삭이며
나타낼 수 없는 나를 죽이고
그대에게 호응하는 나를

그대는 아는가
따스한 손길이 그립지만
누가 내 손을 어루만져 주겠는가
이 냉랭한 계절에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고
가슴이 뜨거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늘 푸르러야 하는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

그대는 아는가
그리하여
간들간들 휘어진 허리로 희롱하는
봄바람이 불어와 잠 못드는 밤
수 천의 몽우리로 피어나
밤새 서걱이다
아침이면 솔가리 한 움큼으로
혼절하고 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