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9일 일요일

이 시인을 보라

그가 곤두박질을 치면
외줄타기 광대의 춤이 된다
그가 사까닥질을 하면
부채든 보부상의 창이 된다
보라. 이 시인을 보라
저 유미의, 퇴폐의, 광염의 가치에,
불가마에 온 몸을 달구며
시의 육탕을 끓여내는
하나의 시련이 있다
하나의 시인이 있다
그는 말한다
가을 낙엽속에 ››어가는
몸뚱이가 되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서해 저녁노을에 묻혀
사라져가는 백골이 되고 싶다고
비 개인 꽃밭
진흙을 뚫고 나온
지렁이의 화려하고도 슬픈 춤.
그의 몸에,
보이지않는 끈이 있다
그의 시선을
조종하는 실이 있다
부처의 자애로운 눈빛 되기 이전
시바신의 잔인한 눈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