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우산 하나 저녁을 걷는다
안개비가 자욱한 사이로
우산은 가슴을 폈다가 오므렸다
젖은 낙엽을 밟는 우산 속으로
그리움이 달려든다
맞닿은 피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상에
우산은 베 시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그리움 자근자근 씹는다
저녁비가 우산으로 내리는데
가슴을 접은 우산
두리 번 거리다
눈알은 패션 윈도우에 박혀
떨어 질 줄 모르다가
펄떡거리는 시장으로
눈알이 빠진다
강 뚝에
빗방울 첨벙거리며 강물을 걷다가
우산을 두드리는데
가슴을 연 우산
둥근 숨이 강물에 쏟아 진다
불빛을 먹고 사는 강물
다리를 물 속에 담그고
바람은 그리움 조용히 밀고 가는데
가을비 우산 속으로 사랑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