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진실, 마음 속 풍금 하나

아득한 시간
어떤 한 통로로 배달 된
멋진 풍금 하나
내 창 가에 단아하게 자리하고부터
내겐 부자가 따로 없었네
세상에서 제일 가는 값 비싼 악기
늘 최상의 상태로 통풍을 시키며
밤낮 애지중지 하지만
아직 단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연주하지 않음은
어쩐지 나의 온 마음과 몸을 대신 하여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려 줄 것만 같아
두껑을 열고 패달을 밟으며
손이 불쑥 가다가도
늘상 주춤해야 하는 까닭은
눈 부시도록 흰 건반들
함부로 다룰 수도 없지만
순전한 울림에 버금 가는 악보가
높은 음자리인지
낮은 음자리인지
실은 처음부터 난감함이라
이윽고 분간하기까지는
보물 하나 지닌 것만으로도
나, 그럴 수 없이 행복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