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비껴 가는 바람으로
눈길을 걸을 때면
아주 작은 풀꽃 웃음으로
하늘거리고
너는 내가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밟고
침묵으로 돌아 서 있으면
물빛 하늘에 하얀 구름으로
떠 있고
너는 내가
나눠 가질 수 없는 시간 속에
허물없는 웃음으로
눈빛 마주치면
핏빛 가슴에 노을로
피고
너는 내가
자꾸만 커져가는 그리움의 무게로
낮고 낮은 곳만 찾아 엎드릴 때면
여름 밤 소쩍새 울음으로
쏟아져 내린 별이
되고
너는 내가
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그 만남이
응답 없는 기도로 뒹굴 때면
이제는 더 이상 젖을 곳이 없는
무늬진 기억 속에 밤비로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