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곁 담 벼락에 내려앉은 햇살 받아
꿈을 꾸는 석류알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가냘픈 허리춤에
장난치듯 맴 도는 잠자리 날개깃
외로움에 구멍난 허수아비 가슴
겸허히 고개 숙이는 나락들의 외경
여름날의 상념을 안고 낙하하는 낙엽
가을풍경은 그렇게 속이 깊어가고...
서슬 퍼런 해가 저물고
가면을 쓴 까만 밤이 찾아오면
싸늘한 고독이 폐부를 파고 들고
멀리있는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면
낡은 생각의 파편들 모아
전화기를 저만치 밀어놓고
너의 소식을 묻는
보고싶은 친구에게...로 시작하는
긴 편지를 쓰고 싶다.
창 가를 기웃거리는
달빛의 방문(訪問)에
잊고 지낸 노오란 그리움이 묻어난다.
문득 고개를 들고 별을 바라보니
그리움...
밤은 점점 새벽으로 걸어가고
잠 들지 못하는 내 명치 끝이 아려온다.
풀벌레 소리 창가에 자지러지고
머얼리서 별들이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