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거리는 물 그림자처럼몸 채로 조금 흔들거린다흔들리기 쉬운 세상이지만겨우 붙잡고 있는 목숨마저 놓아버리고 싶다.하찮은 바람에도 온갖 몸짓으로 제 존재를 알리려는저 난삽한 흙먼지조차전혀 미동치 않는 한적한 여름 날의 오후.강가에 서둘러 핀 쑥부쟁이 한 무더기가제 모습을 얼 비추어 보고는별 요상한 궁리를 다 하는구나.쑥빛 하늘은 더욱 깊어지는데지난한 어제들을 툴툴 털어버리고그 곁에 서서나도 좀 흔들릴까 세상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함부로 썩을 이 정신을통째로 좀 흔들릴까아무 소용도 없는 해묵은 그리움처럼우리들의 허리 굽은 강을 따라 슬슬 바람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