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용서할 수가 없구나
누군가에게
항상 젖어 있기를 원하는
내 몸을
평생 지은 죄로
한 평 머릿속 감옥에 갇혀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정신을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비가 오기 전부터
장마 지고 있는 나의 발을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눈이 오기 전부터
폭설로 뒤덮인 나의 손을
목에는 밧줄을 걸었으니
바람이 불기 전부터
나무에 매달려
무척 흔들리고 있는
나의 목숨을
참을 수가 없구나
나의 발로 그 먼 길을 걸어갔으니
나의 손으로 또 다른 몸을 만졌으니
나의 목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로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하였으니
죄 많은 나를
견딜 수가 없구나
오늘은
비도 눈도 내리지 않더구나
바람도 불어오지 않더구나
버려야 할 죄에 흠뻑 젖어있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