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작자 미상의 ´어부의 기도´ 외


<가난한 사람들의 기도 모음> 작자 미상의 ´어부의 기도´ 외

+ 어부의 기도

사랑하는 하나님,
내게 당신의 친절을 베풀어주소서
바다는 너무도 넓고
나의 배는 너무도 작습니다.
(작자 미상)
+ 어부의 기도

주님,
저로 하여금 죽는 날까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하시고,
마지막 날이 찾아와
당신이 던진 그물에 내가 걸렸을 때
바라옵건대 쓸모없는 물고기라 여겨
내던져짐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작자 미상)
+ 가난한 자에게는

가난한 자에게는 끝없는 해방과 평안을.
넉넉한 자에게는 담을 쌓고서도 잠 못 드는 불면을.
일인에게 이인분의 행복을 주시지 않는 하느님,
공평하신지고 만세 만세 하느님.
(나태주·시인, 1945-)
+ 일용할 양식을 위한 기도

하나님!
나에게 약간의 빵과 기름을 주소서.
한 움큼의 고기와
그 고기를 끓이기 위한 빈 냄비를 주소서.
(로버트 헤릭·영국 목사이며 시인, 1591-1694)
+ 다른 나라 사람들은 굶고 있는데

하나님,
설거지할 그릇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그릇들입니다.
수북히 쌓인 그릇들 곁에 서니
우리 모두 넉넉하게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굶고 있는데
우리는 끼니를 걱정하지 없습니다.
이 쌓인 그릇들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너무 잘해 주신다는
증거입니다.
(어느 여고생)
+ 가난한 수도자의 기도

주님,
제 몸이 갑자기 불거나 마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입는 이 옷이 제 마음에 꼭 들거니와
제게는 이 옷 한 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명의 사막 교부)
+ 아프리카 소녀의 기도

오 크신 주님이시여,
내 마음속에 촛불을 밝히시어
그 안에 있는 것을 보게 하시고
당신이 거하실 곳의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게 하소서.
(작자 미상)
+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생쥐의 기도

주님!

주위를 둘러보면
좋지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많은 이들이
피곤에 젖어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저는 어두운 굴 안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서 지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저는 이 어려운
세상과 싸워나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님,
저희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십시오.
(A. 토이고)
+ 이루어지려니

황량한 들녘에
씨앗 뿌린
농부의 꿈

긴 여름
땡볕에 가꾸어
노을에 태운
마지막 가을날

소망한
그 열매

함께 거두었으면......
(정정길·시인)
+ 가난한 자의 기도

가난은
때로 괴로움이지만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은
이따금 피눈물이지만

가난하다 하여
쉽사리 기죽지 말고

가난이 가져다주는 기쁨
맘껏 누리게 하소서.

누구나 이 세상 떠날 때는
어김없는 빈손이려니....
(정연복·시인, 1957-)
+ 집시의 기도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었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이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돼, 아빠! 안돼˝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나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자의 詩)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