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어느 오후의 연가



나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빗물이고 싶다
늘 바라보기만 했던 너의 집 담장 위로
하나가득 피어나는 붉은색 덩쿨 장미 위에
네가 보고싶다고 속삭이며 내리고 싶다
내일 아침 장미는 더욱 붉게 피어나
널 보며 맑은 웃음을 지으리

그래도 그것이 내 마음인줄 모른다면
나는 좀 더 세찬 빗줄기가 되어
나를 잊고 잠든 네 방 창문에 부딪혀
소리내어 흐르고 싶다
뒤척이는 너의 밤 깊은 꿈속에서
너는 희미한 내 마음을 들으리

그러다 어느 날 너는 쓸쓸해지고
이유 모를 슬픔으로 가득하리라
모두가 떠나버린 황폐한 거리에서
문득 외로움에 울고 싶을 때
그때 나는 빗물이 되어
조용히 네 눈에서 흐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