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엇석에 관한 명상

엇석에 관한 명상
누구나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할 때가 있다
한때는 퇴적지의 흙부스러기로 만나
세월과 함께 한몸으로 굳어진 바위도
그만큼의 세월과 함께 지리멸렬해지듯이
더러는 어긋나고 뒤틀려지는 것이
흔하디흔한 사랑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서로에게 겨눈 비수를 거두지 못한 채
죽도록 미워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버리기 힘든 기억을 갖게 된 죄로
영영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쩌랴
뗀석기처럼 갈라진 몸일지라도
그 아픔 차마 견디지 못할 바에는
첫사랑처럼 한몸으로 껴안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긋나고 뒤틀려진 것이
우리네 어리석은 사랑이라면
그런 줄도 모르고 세상 끝날 때까지
어리석은 사랑 더 하면 좋지 않겠는가
*엇석(엇갈림석) - 전남 고흥군 대서면과 두원면 사이의 해변에 분포하고 있는데, 단층 현상에 의해 끊어진 돌이 엇갈린 채 다시 붙어있다고 한다.
[시경] 2007년 상반기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