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적선積善

오늘 하루가 또 빚이다
꽃 피는 눈으로도
새 지저귀는 입술로도
한 푼 적선을 받았다
저것이 사실주의 미술 같은
저것이 낭만주의 음악 같은
걸작이다
선善한 일이란
값을 따지지 않고 피어나는
삯을 원하지 않고 소리하는 것
보이지 않는 보화가
마음 속에 가득 쌓여 있어서
숲의 사계절은 늘 푸르고
강의 일년은 멈추지 않는 것
가진 것 없는 나도 적선하겠다
따뜻한 국밥 사먹으라고
고개 숙이고 엎드린 계단의
빈 그릇에 나를 던져 주었다
그래서 꽃 사이로 오가는
나비를 보았고
새들의 날갯짓에 떨어진
열매를 들었다
다음 생으로 가기 위한
착한 행위 같은 것이다
펼쳐진 만상이 적선이라고 하니
가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저녁 달빛이 유난히 밝다
저것 또한 평생 적선해야 할
빚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