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7일 금요일

달과 육펜스 / 임영준

나는 달만 쫓고 있었다
모두가 치열하게 삶의 전선에서
밟고 누르고 타넘고 있는데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가끔은 광기어린 눈빛들을 발견하고
끝까지 추적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그들도 변방에서
쓰디쓴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낙오자의 넋두리로밖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평면의 세계에선
도태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고 한 손으로 가족을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달을 거머쥘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젠 보이지 않는
불투명의 장막 안에서
저마다의 계교를 뽐내고 있지 않은가
결국 비열하고 간교한자들만이
주도권을 잡게 되는 세상이라
쇠락한 자들은 자가당착에 빠져
구들장에 허리를 붙이고
심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 감히 궁극을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