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6일 수요일

무언가 [류시화]

나는 벽돌의 감방 속에 갇힌 적이 없다.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오월 하늘을 내다보며

무언의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

종달새처럼 비상하기 위해

불안하게 날개를 퍼덕인 적은 있었다.

그것도 젊은 시절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난 자유인의 체하지는 않으리라

바람처럼 쉽게 초월의 노래를 부르진 않으리라.

그러나 난 내 삶 자체가

무언의 노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육체를 가두는 일보다 영혼을 가두는 일이

더 무섭다는 걸 난 잊지 않았다.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처럼

나는 누구의 것도 되지 않으리라.

아무도 내 삶을 기억하지 않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