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3일 일요일

복숭아 밭에서

천도天桃 나무 아래
백치 같은 여인이 잠들어 있다
가슴 사이로 터져나온
둥근 젖가슴의 복숭아
탐스럽게 잘도 여물었다
저 열매가 남은 생을 버리고
툭, 떨어지면 환속할 시간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만났다
내 손에는 나무꾼의 도끼가 들렸다
계곡의 깊은 못에
흘러가지 못한 복숭아 몇 떠 있어
물속으로 들어가 건져내니
전날에 분분하게 졌던
도화桃花의 옷가지다
분홍빛 살 보여줬던 여인이
내 곁에 누워 잠들고 있다
언젠가 씨앗만 남겨놓고
세상 떠나갈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밧줄에 묶인 두레박도 없이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벌레 많은 나무를 베어버리고
집에 불을 지른다
복숭아 밭에 가서
속살 함부로 내놓은
천도天桃와 사랑을 나누지 마라
복숭아 훔쳐 먹은 입술과 손바닥에
여인의 향기가 오래 남아
마음의 뼈까지 불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