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드러눕는 서쪽으로
생각이 길게 열리고
더구나 그쪽 창문 밖으로
자주 몸을 기대는 날은
바닷가 갈대숲에서 산다는
몸집 가냘픈
비비새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 울음은 깃털 같아서
수시로, 바람에 실려오기도하고
때로는 낙조에 붉은빛으로
흥건하게 젖어
내 가슴팍으로 파고들기라도 하면
고단했던 그 새의 삶이
필연(必然)이었든
우연(偶然)이었든
처음에 벗어놓은 자리에서
날개옷을 잃고 오랫동안 각혈하는
무념(無念)의 울음소리인 것을 안다
다가오는 겨울에도 그럴 것이고
그 이후, 화사한 봄날에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