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9일 일요일

울림과 떨림

어제 내 머리맡에
새 날아와 밤새 울었는지
잠 깬 내가
오한으로 무척 떨고 있었다
당신은 몇 줄 현에 묶인
공명통의 악기여서
내가 손가락으로 입술로
당신의 육신을 건드렸을 것이다
마침내 목젖을 떨면서
신음을, 비명을 지르며
당신이 우주까지 퍼져나갔고
나는 또 온몸을 흔들었던 것이다
나를 그렇게 눈물 흘리게 했으니
하늘이 컴컴해지는 것을 봐라
빗방울, 당신이 내게 부딪힌다
떨리며 오는 봄으로
울리며 피는 꽃으로
무덤에도 풀이 돋아나리라
나비도 제몸 흔들며 날아오리라
한데 바깥에 나와서
겨울 바람에 울면서 떨었으니
저 밑의 뿌리 되살아나는 것 봐라
제 속에 현 가진 악기들
모두 동굴 밖으로 나와
서로 안아서 튕겨주는 것 봐라
당신이 천 년이나 울렸으니
만 년 동안 떨리고 있는 나를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