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아홉 폭 병풍

말티고개 무릎 지나
갈목재 허리 넘어
삼가저수지 배꼽을 끼고
솔숲 가슴, 걸어 올라가면
거기 아홉 폭 병풍 펼쳐놓은
구병九屛마을 얼굴이 보인다
지리산 그곳까지 걸어오느라
제비꽃, 숨이 턱, 까지 차오르고
분홍빛의 복숭아꽃을 입, 에 문
작설雀舌의 새 한 마리
혀, 에 냉큼 앉아
꽃 질거라는 예언을 속삭이고 있다
쑥 하고 올라온 이 아득한
사월의 향기를 코, 로 맡아본다
생신지 몽환인지 깨우느라
빰, 을 치는
나비의 날갯짓이 분주하다
너럭바위에 물고기 베고 누웠으니
묵상으로 하늘을 끌어당겨
귀, 기울여봐
눈, 속으로 천둥벼락 치는 소리
허공의 섬으로 가는 물길 열린다
이마, 에 평상을 놓으면
먹구름이라든가 산들바람이라든가
세상 지나가는 손님
발길 멈추고 잠시 쉬어가겠다는데
천장의 머리카락, 산끝에서부터
지하의 저 발바닥 아래, 냇가까지
스멀스멀 지독한 구토 일어나는
아홉 폭 병풍 두른 九病의 봄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