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3일 목요일

코스모스

제게 후리지아만큼 터질 듯한 향이라도 있다면
이렇듯 서성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한 생애 풍길 수 있는 향을 긴 시간동안 드리고자
어리석은 요량을 피워댔나 봐요.
주어진 시간을 알았다면 이리도 못 다드린 향이
서글프진 않을텐데.
서성이고만 있습니다.

제게 튜울립만큼 굵은 줄기라도 있다면
이렇게 방황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하나가 하나이지 않고 둘이 하나가 되기위해
가지고 있던 어떤 작은 것들까지 모두 버렸더니
제 몸조차 가눌수 없게 되버렸네요.
그만큼의 시간을 알았다면 조금은 남겨둘 걸.
박혀있는 뿌리지만 방황하고 있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제게 장미처럼 뾰족한 가시라도 있다면
이렇게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까요?
믿었으므로, 믿어야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다가오므로, 받아들이고 싶었기에 조금의 경계없이
행여 다칠새라 한오라기.. 가시같지도 않은 가시만 가졌더니
이젠 세상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게 되버렸습니다.
세상을 알았더라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었을텐데.
믿기지 않는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요.

길목에 섰습니다. 가시는 길목에.
혼자일 때 행복합니다. 하늘만큼은 알기에.
코스모스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