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7일 금요일

겨울 바다는 비어 있었다

겨울 바다는 비어 있었다
빛깔과 소리로
이슬방울과 불꽃갈기로
늘 가득차 있던 젊음의 계절이
부지런히 둥지를 짓던 나무와 진흙을 버리고
생명의 물결이 넘치던 사계의 시간을 버리고
스스로를 뒤집어
텅빈 속을 확인하였다
겨울 바다는
자신이 타고난 그릇에 담긴
하얗고 검은 파도를
순수지속의 거칠고 부드러운 리듬을
몽땅 기슭에 토해버린 것일까
지금도 크리스마스 트리에
거꾸로 매달린 양말 속에는
나무도 숲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데
한때 끓던 용광로
지금은 침묵의 바위 사이
물과 불 대신 바람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겨울 바다,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 지
누구도 알지 못할
정오의 수면에서 솟구치며 끓던
무지개빛 오케스트라음들이
비명과 신음과 한숨의 발자국을
여기 저기 물거품 흩어 뿌리고
허무의 기슭으로
서서히 물러나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