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5일 월요일

핑크의 심장..

일 년 전부터 광장공포증이라는 신경성 병에 시달리던 매기는 친구의 강요에 못 이겨 들고 오긴 했지만 이 못생긴 돼지가 과연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동물을 키우면 넓은 곳과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자신의 병에 도움이 될거라는 남편 톰의 말에 마지못해 키워보기로 했다. 돼지의 이름은 핑크라고 했다. 참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만 이 녀석은 그녀의 품에 안기자마자 그 못생긴 코를 매기의 얼굴에 비비며 재롱을 떨었다. 매기는 이 새 식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매기와 핑크는 잠잘 때만 빼고는 항상 붙어 다닐 정도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집밖으로는 꼼짝도 않던 매기는 용기를 내서 외출을 시도했다. 핑크를 앞세우고 은행에 가서 상담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핑크의 등을 쓰다듬었다. 은행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어느 날은 남편이 핑크에게 특별히 선물한 유모차를 끌고 노인들의 모임에 갔는데, 핑크는 유모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이가 제일 많은 할머니에게 달려가 코를 비비는 것이었다. 노인들은 핑크의 재롱에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어느새 핑크는 동네의 명물이 되어 많은 이웃들이 매기의 집을 방문했다. 매기는 또 불안해졌지만 사람들이 핑크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매기도 이웃들 틈에서 웃고 떠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매기의 병을 낫게 도와준 핑크가 어느 날 폐동 맥류로 죽었다. 슬퍼하는 매기를 위로하며 톰이 말했다.
“핑크는 아주 큰 심장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너무 많은 사랑으로 가득 차서 터져 버리고 그 사랑을 우리에게 나누어주고 간 거야.”
톰과 매기는 핑크의 무덤에 이런 비문을 새겨 넣었다.
「사람을 사랑한 돼지 - 핑크의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