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꽃 지는 쓸쓸함으로
아프지 말라는 인사말 대신
눈을 찡끗하는 사람
“수국 꽃 지면 장마가 시작될 텐데”
곧잘 하는 혼잣말 보다
먼저 그의 눈에는
이미 장마철의 물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슬도 진하게 내리니
쓰르라미 우는
어느새 가을인가 봅니다
땅 위의 물은 마르기 시작했는데
수국 꽃 지는 그대의 눈은
그렁그렁한 망울로
벌써 다녀간 이별이었지요
불꽃 일어나는 땡볕 여름을
고스란히 견뎌냈는데
그대 수없이 혼자 이별했던 것을
해마다 수국 꽃 필 때면
수국 꽃 지는 그대를 그리며
“수국 꽃 지면 장마가 시작될 텐데”
내 혼잣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