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빛의 병풍

빛의 포로가 되어
눈 가려졌으면 한다
빛의 감옥에 갇혀
눈 멀었으면 한다
빛의 제단에 무릎 꿇어
눈물 흘렸으면 한다
빛의 강물에 머리까지 잠겨서
눈 뜰 수 없었으면 한다
빛으로 동서남북 꽁꽁 묶였으면
빛으로 춘하추동 둘둘 말렸으면
그레서 내가, 네가
빛의 그늘이 되고
빛의 재가 되고
빛의 폭포가 되고
빛의 심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네몸에, 내몸에
빛으로 나무와 꽃을 그려넣고
빛으로 물고기를 그려넣고
빛으로 새와 나비를
빛으로 바위를 계곡을 누각을
그려넣었으면 한다
그래서 빛의 입술로 말하고
빛의 귀로 듣고
빛의 살갗으로 느끼고
빛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빛을 마시며 숨쉬었으면 한다
어두운 내게 불을 켜서
빛의 병풍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