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7일 토요일

사랑을 굽다

낯익은 골목길 들어서면
고소한 냄새 풍기는
당신의 빵 가게가 있고
달콤한 속 가득 들어간 사랑을
내가 굽고 있다
앞치마 두르며 저 손 많이 가는
사랑 만드는 일이란
굶주린 눈빛을 채워주고
시린 가슴을 쓸어주는 일이다
쿵덕 쿵덕, 방아 찧는 소리 멈추면
마음을 반죽하여 심장에 넣고
부풀어 오를 때까지 숙성 시킨다
먹기 좋은 크기로 떼어내서
그 속에 진한 입맞춤 같은 앙금을
듬뿍 집어넣고 발효시키는 것이다
뜨거운 불의 화로에 넣고 구으면
꼼짝 않고 당신 곁에 붙어서서
수확의 열매 기다리는 것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사랑도 저 빵 굽는 것처럼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도록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破顔처럼 제대로 익는 것이다
흔하디 흔한게 빵이라고
혹은 사랑이라고 말하지 마라
갓 구워져 나와 포장도 안 된
맛깔스런 사랑 가득찬 빵이라서
나에게는 유효기간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