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하고 싶었다.
잠시동안 무더위를 식히듯
한나절 바스러지도록 일을 한 탓이었을까?
그동안 누적된 피로 때문이었을까?
무엇인가가
온몸을 조여오는 것 같아
가슴이 몹시 답답해졌다.
거울을 보았다.
내가 원래 저 모습이었던가?
머리는 자다 일어난 것 같이
칡넝쿨처럼 엉켜 붙어있었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미소라곤 찾기가 어려웠다.
왠지 나 자신을 보고도
다른 누구를 보는 듯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여름이면 도시를 탈출해
바다로 계곡으로 피서를 가듯
그림자, 나 자신에게서 탈출하고 싶었다.
엉킴이 하나 없는 명주실 머리, 샤프란 미소를 찾아서
정녕, 어설프고도 어색한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