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7일 일요일

흙비

내가 걸어가는 길에
언제부터 흙이 하나도 없다
바닥은 검은 돌로
지상地上은 그 속이
텅 비어있는 바위가
하늘을 뚫을듯이 높이 솟아
숨이 막힌다
발 아래
가래 절절 끓어 오르고
목 깊은 곳에서 시작한
각혈로 발 디딜 곳마저 없다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고
오늘은 흙 같은 비가 내리는 것이다
어제 빙판의 땅이 녹았으니
오늘은 비가 내려
진흙의 꽃밭이 일어날 줄 알았다
흙이 없었으면
나무도 꽃도 없었으리라
향기도 열매도 없었으리라
흙이 없었으면
나도 발 딛고
목숨으로 서 있지 못하였으리라
우산도 없이 흙비를 맞았으니
내 몸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 많을 터이다
흙비 고인 내 머리털 속에서
숨어 피는 금강초롱 볼 것이다
흙비 젖은 내 어깨 딛고
자작나무 우뚝 하게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