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1일 목요일

봄동

나, 마음이 동해서
논둑 건너편 봄의 집에 사는
여편네 삼월이랑 연애할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겨우내 사정없이 몰아친
비바람에 문짝 떨어져나가고
새벽까지 그치지 않고 내린
폭설로 지붕 내려앉아
이제 가진 것이라고는
배추 뽑아내고 월동시키느라
볏짚 덮어둔 남새밭밖에 없는데
서설을 걷어내니
새파란 옷을 갈아입고
납짝 엎드린 봄동이 뾰로통하다
삼월과 사랑을 나누는 걸 보니
시샘을 하는가 보다
한 입 떼어내
입안에 넣었더니 상큼하다
봄동 겉절이 한 번 해볼까
잎을 한장씩 떼어 내고
홍고추 어슷 썰고 실파도 썬다
큰 잎은 손으로 찢는다
소금을 넣고 살짝 절인다
물에 한번 헹구어
채반에 올려놓고 물기를 뺀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 국간장을 넣고 휘젓는다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삼월이 몰래 먹는
숫처녀 봄동의 향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