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다시 새해 아침에 -이태수-

새해에는 새로이 눈뜨게 하소서.
낡고 오랜 집에 그대로 살더라도
다시 살게 하시고, 새 꿈을 이루게 하소서.
잠을 터는 산 발치의 한 그루 소나무,
벗을 것 다 벗은 미루나무 빈 가지에도
새로운 피가 돌게 하시고
얼음장 밑 물고기들, 빈 들판 위를 비상하는
새들의 기다리는 눈빛에도
아름답고 새로운 꿈이 반짝이게 하소서.

가위눌리고 구겨진, 뒤틀리고 이지러진
우리, 마음의 어둠과 그늘들이
막 태어나 퍼덕이는 햇살에 말끔히 씻겨지고
오로지 생명과 사랑의 길로 나아가는
지혜와 너그러움이 돋아나게 하소서.
낡은 책장을 덮듯, 컴퓨터의 칩을 갈아 끼우듯
어제의 허물들은 죄다 지워 버리시고
이 아침부터는 진정 다른 세상,
둥글고 따스하고 넉넉한 나라이게 하소서.

주먹 풀고 무겁게 자기 가슴이나 치는,
눈먼 바람 앞에서 속으로만 고개를 젓는,
그런 안개 마을의 어두운 사람들을 위하여,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린 양떼의
이마 넓고 푸른 목자를 위하여,
흔들리지 않는 말들과 우리의 새 문법을 위하여,
이 아침에는 새로운 은총이 온누리 가득
내리게 하소서. 새해 새 아침에는
우리 모두 거듭 태어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