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첫눈

초경初經의 설레임처럼
아무도 모르게 다가왔다
몰래 숨어 피우던
첫 담배의 어지러움처럼
첫 키스의 짜릿한 그리움처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을 건너왔다

사랑합니다
빠알간 얼굴로 한 마디 던지고
대답은 듣지도 않고 달아나던 사람
나의 고백 들어보지 못하고
첫 사랑의 기억으로 남겨진 사람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말없이 바라보고 싶었다
그의 품에 안기우고 싶었다
그가 가슴에서 떠나던 날
첫눈이 왔다

세상이 하얀 겨울 속으로 숨어들었다
전설 같은 추억의 성이 지어졌다
그가 지나고 있었다
불혹을 넘긴 중년의 모습으로

첫눈이 내린 날
기억은 추억으로 남겨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2003.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