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5일 목요일

점자點字 편지

눈을 감고 편지를 읽는다
발신처도 없는 세상에서
오늘 불현듯 받았다
종이 위에 박힌 원형의 무늬
둥글게 쌓아올린 문신을
살갗으로 뒤쫓아간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동굴 속 종유석 같은
울음 소리가 맺혀 있다
화석이 된 비명 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풍광이라
산사도 없는데 범종 친다
내 몸에 점자點字가 돋아난다
소름의 꽃이 무진장 피어난다
육신에 칼이 많아서
덧난 상흔이 또 많다
손으로 더듬어 읽어주어야 할
이력履歷이 또 길어서
저 편지를 봉할 수가 없다
지진 일어나 부서지고 깨진
마음이 저러할 것이다
불에 타버리고 잿더미가 된
몸이 저러할 것이다
시각 없이 읽어야 할
미로의 길이 있어
어느새 둥근 점에 갇혔다
폐가 같은 나를 읽으러
무덤 많은 곳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