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5일 월요일

비가 되어 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길에 비가 내린다
어두운 구름이 바람을 한 아름 껴안고
저 비 나보다 앞질러 그대에게
마음을 전해주러 가는구나
나의 하늘과 그대의 하늘이 부딪히는
천둥소리 저 비 내가 부르는 노래를
그대에게 먼저 들려주러 가는구나
번쩍이며 세상을 눈부시게 가르는 번개
저 비 나보다 먼저 그대에게
눈빛을 주러 가는구나
그대에게 내리는 비와 나에게 내리는 비가
비의 다리를 만들어
비 가득한 그대의 깊은 강과
비 가득한 나의 깊은 강을 이어주는 길
그대에게 다가가는 길
물의 이불로 덮여 아득하고 고요한 길
그대에게 내리는 저 비는
수 많은 나의 모습이 다투어
떨어져 그대에게 달려가기를 원하는 것인데
어떤 비는 일편단심 고목의 마음으로
어떤 비는 우물 같은 동굴 같은 목소리로
어떤 비는 바다의 숲의 짙은 눈빛으로
어떤 비는 몽유병자 같은 발걸음으로
어떤 비는 환각의 환청의 검은 머리카락으로
어떤 비는 입술로 혀로 손가락로 살갗의 숨결로
그대의 앞길에 비로 내리는 것인데
떨어져 내리는 비를 끌어당겨
저 비로 만들어진 다리를 끌어당겨
그대가 있는 곳을 끌어당겨
그대를 나에게 가까이 가까이 끌어당겨
장마 쏟아지는 날 홍수 지는 날
유리창을 깨뜨리고 나아가
우산도 쓰지 않고 저 비 흠뻑 맞으면
그대에게 온몸이 젖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