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우화(羽化)

쑥과 마늘을 지니고
누구처럼 삼칠三七 일 동안
동굴 무덤 속에서
죽은 듯이 갇혀 지내겠다
거푸집의 고치 속에서
겨우내 잠을 자며
훨훨 날아가는
나비의 꿈만 꾸고 있을 터이다
우화羽化를 원하고
등선登仙만을 바라겠다
12월도 한참 지나갔으므로
해 가기 전에
허물 벗어야 하는 것 아니냐
변신해야 되는 것 아니냐
제 몸을 죽여서
펄럭이는 날개를 얻을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누구는 그것을 부활이라고
누구는 그것을 복제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몽환이라고 부르겠다
잠깐 눈을 감은 사이에
집밖으러 나와
수유처럼, 찰나처럼
날개 흔들고 지나갔으니
꿈속의 일이 아니겠느냐
몸 바꾸어 나비로 날아가는데
한 오백 년 걸렸으니
내가 저기 저 꿈틀거리며
우화등선을 꿈꾸는
한 마리 애벌레가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