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4일 수요일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알지 못한다


어둠과 빛이 뒤섞이면

어둠일까 빛일까

화두(話頭)처럼 다가온 이 수수께끼

나는 알지 못한다

흑암이 깊음 위에 있던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생겨나고

빛이 보시기 좋으매 빛과 어둠을 나누었다는데

빛이 비치매 왜 그림자 생겨나고

어둠 속에서 왜 달과 별은 떠오르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당신에게 첫 눈 맞추던 날

사방은 빛으로 다가왔다

뜨면 멀어버릴까

애잔아 시린 눈 감으면

빛은 말씀처럼 다가와

눈에 입맞추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떠나면서

주위는 어둠으로 내려앉고

감으면 깨나지 못할까

악지 세워 눈 뜨면

더 이상 떨어질 나락(奈落) 없노라

어둠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써 달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빛은 어둠으로

어둠은 빛으로

잇댄선(境界)을 허물며 서로를 감싸돌고 있다

그림자는 등 뒤에 빛을 붙들어 매고

달과 별은 머리 위에서 어둠을 잠 재우고 있다
당신이 또 다시 보고 싶어진다

이리 보고 싶은 마음은 사랑의 그림자이던가

그리움은 어둠 속에서

흩어진 당신의 흔적을 찾아 조각 맞추고

좀 더 빛을……

사랑에 타는 목마름 하소하고 있다
이제 동녘 갓밝아오기를

당신은 더 이상 꿈꾸지 않는다

빛이 어둠을 가르더라도

허물어 낸 잇댄선이 다시 실눈 뜨고

그리움 속에 숨어든 어둠을

밝히 끌어내지 않도록 두 손 모으고 있다
고백컨대 그러나 여태도록

빛과 어둠이 섞이면 밝음인지 어둠인지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가른 이치를

풀리지 않는 화두는 그대로 화두로 남고 있다
이리 풀어낼 길 까마아득한데 그리 집착하는

알 수 없는 내 마음은 새로운 화두로 태어나고

허물어지는 경계 위에서 그저 춤추고 노래하며

뒤엉겨가는 빛과 어둠을 찬송하고 있다

사랑이 어둠을 덮어주기를……

그저 기도하며 당신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