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5일 월요일

꽃을 사러 가다

등에 진 짐의
무게를 하냥 덜고 싶을 때
두 다리 멈추어
속도를 매우 늦추고 싶을 때
팔을 멀리 뻗어
거리를 무척 줄이고 싶을 때
웃음 같은, 미소 같은
꽃을 사러 간다
꽃시장의 새벽은 늘 만차다
꽃을 사러 가는 길은
가까이, 천천히,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는 길이다
꽃을 사는 일이란
누군가 나를 밟고 가라고
축복하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이겨내라고
위로하는 일이다
누군가 나를 죽여버리라고
애도하는 길이다
어느 농가의 꽃밭을 거쳐서
어느 시내의 꽃집을 거쳐서
어느 나의 손을 거쳐서
꽃 같은 당신의
마음에 닿기를 원하는 것이다
오색 찬란하게 살아서
꽃처럼 웃었으면 좋겠다
고운 향기에 잔뜩 취해서
꽃처럼 잠들었으면 좋겠다
꽃 사고 팔아서
세상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