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8일 목요일
작자 미상의 ´작은 기도´ 외
<작은 기도 모음> 작자 미상의 ´작은 기도´ 외
+ 작은 기도
바람을 맞으며
침묵하는 법과
사랑이 가득한 향기의 말을 하게 하소서!
하늘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티없이 맑은 마음을 갖게 하소서!
비를 맞으며
이웃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게 하소서!
눈을 맞으며
저에게 허락하신 작은 능력 안에서
세상을 하얗게 색칠하게 하소서!
별들을 보며
자기 자리에서 세상을 비추는
겸손함을 배우게 하소서!
(작자 미상)
+ 사룸의 작은 기도문
하나님,
제 머리에 계셔서 제 지식을 주관하소서.
하나님,
제 눈에 계셔서 제가 보는 것을 주관하소서.
하나님,
제 입에 계셔서 제가 말하는 것을 주관하소서.
하나님,
제 마음에 계셔서 제가 생각하는 것을 주관하소서.
하나님,
제 목표에 계셔서 제 출발을 주관하소서.
(1558년 영국 샐리스버리의 한 교회에서 펴낸 기도집에 실린 기도)
+ 내 작은 기도는
내 작은 기도 하나는
아이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침묵보다 더 나은 말을 할 수 있을 때
말하는 것
내 작은 기도 하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노는
아이들만의 꽃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
지금의 내가 소중하듯
아이들의 지금의 시간도
소중한 것임을 잊지 않는 것
(황근남·시인, 제주도 거주)
+ 작은 기도
제가 밟는 땅과 숨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
(김인제·친구를 대신해 스스로 사형수의 길을 선택함)
+ 작은 기도
기쁠 때는
너무 들뜨지 않게
도와주시고
슬플 때는
너무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세요
나의 말을 할 땐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시고
남의 말을 할 땐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인내하며
미소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세요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성실과 겸손의 실습을
오늘도 게을리 하지 않도록
꼭 도와주세요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작은 기도
눈보담도
희디흰 마음이게 하소서
떠나는 것
고이 돌려보내고
오는 것
순히 맞아들이게 하소서
반짝이는
반짝이는 물결이게 하소서
가이없는 출렁임
그 아래 깊숙이
풀지 못할 신비를
간직케 하소서
몸부림이게 하소서
못 견디는 몸부림이게 하소서
엷음 바람결에도
멀리까지 날으는 은은하고 서러운
저녁 종소리이게 하소서
(허영자·시인, 1938-)
+ 작은 기도
주여 저에게도 산을 주소서!
평야로부터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저에게도 분노와 용서의 산을 주소서!
오늘도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사막의 눈물과 바람 속에 서서 잠드나니
저에게도 인내와 감사의 산을 주소서!
사랑은 무덤 앞에 기우고,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갈대는 흔들리는데,
모든 가난을 아름답게
모든 이별을 아름답게 하시고,
오늘도 저로 하여금 무일푼이 되게 하소서!
평화가 눈 내린 산길을 밟고 온 발자국 하나,
저의 창가에 고요히 머무르게 하소서!
(정호승·시인, 1950-)
+ 작은 기도
보이지 않는
생의 중심에
깊은 뿌리
하나 있어
굳은 심지
하나 품어
지금은 한겨울
아무런 볼품없어도
안달하지 않고
평화롭고 잔잔한 모습의
나목(裸木)의
그 너른 마음
올 한 해
나의 마음 되게 하소서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캐리 마이어스의 ´어머니의 기도´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