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7일 수요일

*** 백양사 등정(登頂) ***

천년 수록(樹錄)의 우람한 비자나무
기백 넘쳐 백양사를 안내하는 진입로에
저마다 얼굴 보따리 들고
걸음 그 걸음들,

호객하는 장사꾼
눈웃음 쳐도
속아 주지 않아 야속한 이 얼굴 저 얼굴들.

올 가을 산아(山鴉) 기절초풍 시킨 날씨런가
아님, 내장산 절색(絶色) 단풍
오매불망 어느 호인 안고서는
벌써 옷벗어 잠자리를 펴놓았나, 아쉬워라.
체면 잃은 저들 앞에
새로이 선 감나무들,
진홍빛 요염 화장
내게 감아 도는 저 탐스러움
남이사 뭐래도
겉옷 벗고 올라가
그 별미라도 한번 즐겼으면.

등산로 입구 비자나무
나라의 슬픔 홀로이 앓았나 보다
저리 속썩은 둥치 몸살에도
숨 있는 아직,
내일을 가르칠 기세로구나.

내장산 가슴에 올라
옹달샘 물 마시고
영천굴 둘러보니
석가불상 앉았으나
제 수족 잘려 나간 쓰린 아픔에
나를 보며 울고 있는 것을.

백학봉 오르는 길
숨차 올라 힘들지만,
눈비 바람 속에
학바위 벼랑살이 바위손은 얼마나 힘들까
목마름과 외로움인지 저렇게 움츠리고만 있는데.

담없는 산을 닮아서
백학봉 내려오는 아줌씨가 ´반가워요´
내 맘을 녹여 준다,
산은 역시 산이로세
저 하늘을 받치고
저 바다를 담았으니
역시 산이로다.

백학봉 올라서
아름다움 터트린 이 자연을 훔치며
그대 님의 목소리를 부르며
위대한 조물주 하나님의 손을 더듬는다.

어디 신선이나 만나 하나님 내린 덕담 듣고
하얀 학처럼 두루 두루 날으며
세상 구경 한번 했으면.

저 멀리 백양사 내려 보이니
잠시나마 속세를 떠난 걸까
얼마나 산을 닮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