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7일 수요일

초겨을 안개에 묻혀

달려가는 길거리에서
차도 사람도 없는
빈 길에서 그대를 만났습니다

목포에서 천안 오는
서해 길 위에서 만난 그대
그대 이름은 안개였고
그의 친구는 달빛이라 했습니다

달빛은 커튼을 들치고 윙크하는데
회색 빛 그대 슬픔으로
슬픔은 옮겨가
난 꼼짝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를 받아 드리려 주위를
따뜻한 공기로 덮어주었습니다
잠시라도 편히 와서
차가운 몸 녹여가라고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오늘뿐 아니라 언제라도
늘 힘들고 지치면 와서 쉴 수 있도록
빈 의자 하나 남겨 두기로

그대여 슬픔의 장막 걷고
하얀 백설로 와 주십시오
초가지붕의 처마 고드름으로
남아 주십시오

그때까지
그대의 작은 등불로 남으렵니다
작은 행복의 씨앗으로 남으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