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낡은 슬레이트지붕
너절히 늘어선 비포장 먼짓길에
전신주 부들거리며 바람을 떠안고 있다.
알사탕 두어 개, 달팽이 과자 뒷춤에 숨긴
콧물 기다란 사내 아이
소맷부리에 감춘 눈물이 유달리 불거져
덕지덕지 부스럼에도 통 고통을 모르는 아이
누런 이 드러낸 아이의 흰 이마 위
엉겨붙은 머릿니만큼이나 가난이 우글거렸다.
햇볕 한 줌 빠안히 검정 고무신 위에 내리쬐면
웅퉁그린 조막손 가만히 햇볕에 담금질하며
꺼먹눈 속에 조아린 꿈 한숨 꾸어 낸다.
어미의 달콤한 젖내가 알사탕보다 뜨끈하게
손아귀에 녹아 흐른다.
쌀뜨물보다 더 흰 젖 한 술에 초가을 뙤약볕은
한나절 내 툇마루 젖은 기저귀 위로 내리쬐고
밀가루 흰 분칠한 어미는 신작로 전신주 앞
털털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렁하게 고인 아가의 눈물을
때늦은 해바라기 고개 숙여 함뿍 쏟아내던
초가을날 어느 한낮의 일이다.
신작로길 낮은 굴뚝마다 저녁 지피는 연기 피어 오르고
기러기 울음에 젖는 잎사귀 밑 귀뚜라미 노랫소리 구슬퍼도
단 한번 눈길도 돌리지 않는
분내 나는 어미의 가슴팍이 사뭇 그리운
사내아이 하나 고분고분 세월 주워먹고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