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화요일

소년

신작로 낡은 슬레이트지붕
너절히 늘어선 비포장 먼짓길에
전신주 부들거리며 바람을 떠안고 있다.

알사탕 두어 개, 달팽이 과자 뒷춤에 숨긴
콧물 기다란 사내 아이
소맷부리에 감춘 눈물이 유달리 불거져
덕지덕지 부스럼에도 통 고통을 모르는 아이
누런 이 드러낸 아이의 흰 이마 위
엉겨붙은 머릿니만큼이나 가난이 우글거렸다.

햇볕 한 줌 빠안히 검정 고무신 위에 내리쬐면
웅퉁그린 조막손 가만히 햇볕에 담금질하며
꺼먹눈 속에 조아린 꿈 한숨 꾸어 낸다.
어미의 달콤한 젖내가 알사탕보다 뜨끈하게
손아귀에 녹아 흐른다.

쌀뜨물보다 더 흰 젖 한 술에 초가을 뙤약볕은
한나절 내 툇마루 젖은 기저귀 위로 내리쬐고
밀가루 흰 분칠한 어미는 신작로 전신주 앞
털털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렁하게 고인 아가의 눈물을
때늦은 해바라기 고개 숙여 함뿍 쏟아내던
초가을날 어느 한낮의 일이다.

신작로길 낮은 굴뚝마다 저녁 지피는 연기 피어 오르고
기러기 울음에 젖는 잎사귀 밑 귀뚜라미 노랫소리 구슬퍼도
단 한번 눈길도 돌리지 않는
분내 나는 어미의 가슴팍이 사뭇 그리운
사내아이 하나 고분고분 세월 주워먹고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