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3일 금요일

어느 시인의 그림



그대를 보고파 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를 모아
하나둘씩 그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눈 부신 햇살을 담아
당신의 눈동자에 곱게 채색하였지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들을 모아
당신을 그려 보지만
아직도 내 그림은 희미한 밑그림일 뿐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언어가 있어야
당신의 화사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들을 모아
당신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만 있다면
나는 가장 행복한 시인일 것입니다

오늘도 그대를 잊지 못하고
세상의 살아있는 수많은 생명으로
하나둘씩 그대의 모습에 채색합니다

수많은 색색의 들꽃을 한 아름 담아다
그대의 머리에 꽂아 주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로
당신을 그려 보지만
여전히 내 그림은 미완성일 뿐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을 불어 넣어야
당신의 눈부신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와
가장 고결한 생명을 모두 불어 넣는다 해도
당신의 그림은 완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당신을 그리다 죽어야 할 조금은 슬픈
아주 조금 슬픈 그런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ㅡ 어느 시인의 그림 /풍향서태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