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
카렌다의 마지막장은 시작의 장이다
시작은 화려함보다 고요함이다
고요함과 깊음 속에 나를 반성해 본다
마른 걸래로 먼지를 밀어내 본 다
물걸래 닦아내기엔 너무 많은 것이 붙어있다
작년 이 시간 신과 약속했던 삶의 정결함이
카렌다를 한장한장 찢으면서 어겨졌다
이 시간 또 거짓 약속을 할까 두렵다
그래도 깊은 곳에서 하라고 부추긴다
동해의 해는 가보지 못해도 뜬다
동해의 해는 가보지 않아도 보인다
더러는 말하기를 그 말 못하는 해가
뜨고 지고 하면서 자기를 속인다고 하지만
아니다.
나는 내가 말 못하는 해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묵묵히 솟아오르는 태양 앞에
정직히 살리라 손가락을 걸어본다
카렌다의 마지막장은 시작의 장이다
카렌다의 마지막장은 시작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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