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잔의 커피를 비우고도
먹먹한 가슴 지워지지 않는 날이면 바다로 간다.
검은 밤바다가
포말을 일으키며 싱그런 삶을 얘기하고
수평선에 꿈을 띄운
어선의 집어등 붉게 눈 뜨고 있는 정자 바닷가,
젊은 갈매기 떠나간 해변은 쓸쓸하지만
무인등대가 손짓하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가면
잃어버린 사랑의 그 사람이
파도 소리를 잠재우며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것만 같아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정자 바닷가,
해변에 바람이 일고
파도소리가 해송의 잠을 깨우면
포장집 늙은 갯바위가 질펀히 차려준
멸치 회, 그 달큼한 안주로
소주 몇 잔 들이 키고 나서는
어느새 비릿한 향기의 바다가 되어 출렁이는 가슴,
그 바다위로 별무리 쏟아져 내리고
찰랑이는 수평선에 그대 와서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