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토요일

관음리에서 미륵리까지

신라의 아달라 왕 때
처음 열렸다는 하늘재를
한 세상 지게에 지고 넘어 간다
먼 옛날
기쁜 소식 들으러
관음이 이 길로 걸어왔으니
당신이 선 곳이 관음리요
먼 훗날
불같이 일어난 미륵이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니
내가 서 있는 곳이 미륵리라
나무 가득한 옛길은
나이 들수록 맑고 푸르르며
돌 덮인 새길은
날이 갈수록 어둡고 쓸쓸해지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손(孫)으로
중원(中原)을 꿈꾸고
바다를 도모하는 자
일어나면서 쓰러지면서
재너머 걸어갔다는
이 길은
당신의 땅에서
나의 하늘로 가는 길이라
관음이
미륵을 찾아가는 길이라
길은 이내 끝나버리고
걸음은 이미 멈춰졌으니
탑 하나 등에 진 석불만
부지런히 하늘재를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