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9일 목요일

오렌지빛 추억

오렌지빛 추억
추억이 있어……

추억이 있는 곳에서 나는 오렌지가 되지.
나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햇살 속에서 영그는 오렌지처럼.
햇빛과 바람, 알싸한 공기,
그리고 너의 미소.
나는 단순해져.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추억을 향해 달려가지.

그래, 이 넓고 넓은 우주 속에서
추억은 하나의 오렌지만한 것일지도 몰라.
시간은 묵묵히 흐르고, 추억은 시간 속에서 흩어져버려.
오렌지 빛의 달콤한 추억의 즙과,
시들어가는 추억의 껍질을 함께 남기면서.

추억은 머물 수 없는 것.
단지 지나간다는 것만으로 쓸쓸한 시간의 잔해를 남기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눈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며 사라지는
혹은 잊지 못할 기억, 기억들.

늘 그랬어.
추억은 쓸쓸해.
추억은 아름다워.
안신영 에세이집 <고마워, 사랑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