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러나 전날의 덤불 속에서
아직도 희미하게 타오르는 불꽃,
성애의 풀밭에서 놀던 젊은 사자들의
하품소리. 오후의 대기 중에 흩어질 무렵
바오밥 나무 등 굽은 그림자 너머
목신의 피리소리 들려온다
저기 한 낮의 초원 가로질러 오는
라벨의 볼레로. 관능의 불꽃은
어느새 규칙적인 음으로 행군한다
너와 나의 신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다리,
지식으로 바뀐 격정의 숲에는
지금도 안달루시아 고원을 넘어가는
한 마리 낙타가 있다
해석학의 풀밭에
나무는 그림자의 눈을 달고 있어서
미묘하게 스치는 미풍의 입맞춤에도
부드럽게 순응한다
그래, 너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하나의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내연을 부추기는 힘이 있기에
일깨워진 이마는 신열이 나고
젖은 머리카락은 잔뜩 부풀어오른다
지금도 너는 곡괭이를 들고
새 영토를 개간하러 나서고
빛나는 푸른 물줄기 나올 때까지
파내는 곡괭이 작업,
지루하지않을 도전과 모험인 데
편력의 끝에 선 오후의 여신,
눈부시게 하얀 미소의 옷자락 접으며
서느러운 파초 그늘 아래
지금 그녀에게 좋을 위안 하나,
부도의 그림자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