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8일 수요일

거룩하다 거룩해

제 아비의
붉디 붉은 피를 지니고
잉태된 저것들
제 애미의
달디 단 살을 지니고
분만된 저것들
동족의 총칼에 흘린 피보다
더 진한 대추나무 열매들
값싼 노동으로 얻은 살보다
더 굳은 은행나무 열매들
거룩하다 거룩해
한 해가 건너가기 전에
각혈로 피를 다 쏟아내려하니
한 해가 건너오기 전에
구완으로 살을 다 베어내려하니
핏기 빠지고 난 네몸이
저리 노오랗게 변할 수밖에
속살 다 주고 난 네몸이
저리 여위어질 수밖에
거룩하다 거룩해
제몸으로
대추 알알이 맺어놓은
세상의 아버지들
제몸으로
은행 알알이 열어놓은
세상의 어머니들
거룩하다 거룩해
바람도 아직 잠자는
새벽 첫 발걸음으로
제 살과 피 뿌려대는 저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