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9일 수요일

유감(有感)

당신을 보고있으면
아, 지금이 꿈속이기를
간절히 그것만 생각한다

초봄 녘, 아지랑이 피어오를 때
노곤하여 길가에 주저앉곤 했듯이
당신 무릎에 눕고 싶어하는
키 높이 그만그만한 생각들로
나는 눈을 감는거야

내 눈 속에 당신을 그렇게 가두고
언제든, 산 아래로 지는 노을 쯤은
시답잖게 생각했던 것처럼
저렇게 붉게 석양에 젖어드는
강물정도 따위는
곁눈질로 보내 놓고서라도, 당신만을
넋 둘러 망연히 바라볼 거야

생각을 서너 번 씻어내고도
그 자리에 고여드는 것은
독약 보다 진한
가슴 속 먹장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