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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노래하기를 좋아해요.
혼자서 밭매다가도
힘겨운 가락을 기막히게 꺽어넘기지요
그럴때면, 그녀 왼손에 억센 풀이 목메어 있어요.
마치 노래가락에 긴장풀었다 배신당해 억울한 듯.
그녀는 춤추기를 좋아해요.
트롯 음악만 있으면,
아픈 허리 달래가며 가빠르게 발을 움직이지요.
‘병신춤’도 추고, ‘곱추춤’도 추고
모두들 배꼽을 잡아도, 그녀는 신들린 듯,
밤새 춤을 추어요.
그녀가 노래하고 춤을 출 때는
힘겨운 생의 고뇌마저 춤을 추다 땀방울로
녹아내려요.
그러나, 그녀가 노래하지 않을 때
그녀가 춤을 추지 않을 때
밭의 풀들은 더 억세게 자라고,
그녀의 춤을 즐기던 이들은
춤대신 거친 싸움을 즐기게 되지요.
그녀가 춤을 멈추지 않아야 할텐데
그녀의 허리가 많이 아파요.
다리살도 느슨해져 흐느적거리고
그러나, 그녀는 행복해요.
왜냐구요?
여전히 힘겨운 가락을
기막히게 꺽어넘길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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