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나비가 된 벌레 -임종천-

사랑을 갉아먹고
자라는 벌레였습니다.
당신의 내부에
눈물의 파도가 꿈길처럼 아득한 줄 모르고
아픔의 활화산이 있는 줄 모르고
당신의 풍만한 푸른 가슴을
마냥 탐하여 몸집이 자랐습니다.
어느날,
뻐꾹새의 울음이
나의 딱딱한 껍질을 벗길때
눈부시게 깨어나
변화된 내 몸에 날개가 있음을
깨닫고 감격하였습니다.
당신은
이빨 자국이 선명한 가지 가지마다
눈물과 아픔으로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웃었습니다.
난,
우매한 행위를 속죄하며
긴 촉수를 그대의 기쁨에 타는
가슴에 묻고
한참이나 울었습니다